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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공연, 즐거웠던 공연... 기대와 즐거움을 나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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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한민국연극제 [나르는 원더우먼]
작성자 봄의제전 (ip:)
  • 작성일 2018-06-22
  • 추천 23 추천하기
  • 조회수 330
평점 0점




작품명 : 나르는 원더우먼
관람일 : 2018년 6월 19일 저녁 7시 30분
연출 : 이삼우
작가 : 이선경
극단 : 예도
장소 :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16일 개최되었다.
전국 16개 시・도의 대표 연극들을 우리 대전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분 좋게 비가 내리던 저녁 '나르는 원더우먼'을 보기 위해
대전시립연정국악원으로 향했다.


시대적 배경은 1970-80년이며 주인공은 10대에 식모를 하다가 험한 꼴을 당하고
야반도주하여 버스회사의 여차장이 된다.

지금은 정당하게 돈을 받고 가사를 도와주거나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 '파출부',
'가정부'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70년대엔 집이 가난하여 먹고 살기 힘들어 식모로 보내지는
여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의 나이는 10대에서 20대.
그 시절, 밥 굶지 않으려고 돈 한 푼 못 받고 식모살이하다가
산업화가 시작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공장이나 버스 차장으로 흡수되었던 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주인공 여자가 차장이 된 이유는 위에 언급한 이유만으로도 사실 충분하다.

식모를 그만두고 나와 들어간 운수회사.
그곳에서 주인공은 버스차장이 된다.
어느 개그프로그램에서 씩씩하게 버스 문을 두드리며
'오라이이이~'를 경쾌하게 외치던 개그우먼 이영자 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버스회사에서 차장으로 만난 그녀들.
다들 사연이야 많겠지만 보통은 동생, 오빠의 학비를 책임지거나
고향의 가족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고단하지만 꿈 많은 10대 20대의 여성들이다.

수많은 인파를 가득 싣고 달리는 버스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노동을 업으로 먹고사는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그녀에겐 그토록
빛이 나던 대학생까지.

버스비가 25원 하던 그 시절,
몇 푼 안 되는 돈을 '삥땅'쳤다는 이유로, 
만원 버스에서 문도 닫지 못하고 매달려 가다 추락한 사건에 대해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온갖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안에서도 그들은 특유의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연극에 등장하는 여배우는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하는 연기자를 포함하여 5명이다.
따뜻하고 덤덤한 투의 나레이션은 구수한 사투리로 대사 전달도 잘 되고
연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들의 연기는 베테랑이라는 말이 손색없을 정도로 좋았으며
그것의 결과는 굉장한 몰입감으로 이끌었다.
연극을 구성하는 디테일 하나하나 소홀하지 않은 까닭이었을 것이다.
한 씬 안에서도 작은 동작과 동작의 공백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고 오차가 없었다.


버스가 되기도 하고 기숙사가 되기도 하는 허술해 보였던 소품도
연극이 시작되자 생명의 입김이 불어넣어진 듯 살아났다.
여차장들을 감시하고 감금하기 위한 쇠철망을 다는 장면,
버스가 기숙사로 바뀌거나 달리는 버스를 연출하기 위해 회전하는 장면 등
큰 동작의 변화에도 연극 속에선 큰 거슬림 없이 자연스럽게 장면이 전환되었다.
 
다만 기숙사에 갑자기 불이 나고 사건이 긴장감 속으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불이 난 건지 즉각적으로 알 수 없어서 그 부분의 연출이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갑자기 맥이 확 빠진 기분이랄까.
붉은 조명이나, 화재로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울고 있었다.

남들이 웃을 때도 웃을 수가 없었다.
배움이 부족하여 산수 수준의 계산을 못하는 장면에서도,
그들이 삥땅을 쳐서 돈이 안 맞는 다는 이유로 맞고
시위나 데모로 회사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발가벗겨지고 매를 맞는 장면,
예쁘장한 막내가 매일 밤 사장실로 불려가서 옷을 벗어야 했던 장면,
심지어 멋진 대학생과 춤을 추는 장면에서도 난 웃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기숙사 화제로 무고한 생명이 모두 죽고
고향에 다녀오느라 사고를 피했던 주인공만 살아남지만 회사에선 화재를
그녀가 방화한 것으로 누명을 씌운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이제 주인공은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그녀는 마트에서 일을 한다.
마트 안에선 관리자가 명찰을 달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을 하고
성적인 농담을 서슴치 않는다
연극이라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고 갑질의 행태로 비유했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룰이란 게 있고 이 룰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게
자본주의의 평범한 현실이다.
비단 노동이나 고된 일을 하는 하층민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표면적인 행태만 세련되게 포장되었을 뿐 상하 관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길들여지고 그 행태를 반복하고.
익숙함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 익숙함에서 인간의 개성도 상실되어 간다.
맹목적으로 유행을 쫒거나
부를 위해서라면 비인간적인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들은
뉴스에서만도 넘쳐난다.

주인공의 꿈속에 등장한 옛친구들에게 주인공은 말한다.(정확한 대사는 아님)
"나도 너희들과 같이 있고 싶어"
친구들이 말한다.
"그래도, 살아 봐,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낫다고 하잖아,
그리고 남아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줘"

꿈속의 친구들은 그녀에게 원더우먼의 옷을 입혀주고
주인공은 두 팔 힘차게 뻗어 희망찬 미소를 짓고 연극은 끝난다.
세상이 바뀔 거라고, 바꿔야 한다고 상투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온, 살아낸 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조금 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연극이 끝나고 전 출연진이 나와 인사를 할 때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멋진 것, 아름다운 것, 근사한 것은 소박하고 작은 일상 속에서 발견된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길고 긴 영화를 눈 깜짝할 사이에 본 기분이었다.
감사의 시간이었다.

첨부파일 대한민국연극제_나르는원더우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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